3.최우수상(산문)
돌섬의 정령
이 영 숙
한반도의 동쪽 끝, 역사가 꿈틀거린다. 450만 년의 역사를 가진 두 개의 커다란 봉우리는 백의민족의 숨결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섬인 독도는 심해에 견고한 뿌리를 둔 동해의 지킴이다. 기원전 512년 신라 장군 이사부가 우산국(독도)을 정복한 이후 한반도에 귀속된 금단의 땅이다.
생명의 숨결이 스며들었음인가. 첫 새벽이 찾아들면 바위에 보금자리를 튼 괭이갈매기가 힘찬 도약의 날개 짓을 펼친다. 경쾌한 새들의 울림은 생명의 보고로 정적에 휩싸였던 돌섬을 일깨운다. 긴 밤의 세찬 비바람에 안부라도 확인하려는 듯 새들은 섬을 분주히 비행한다. 비상하는 새의 작은 율동은 사방으로 전이되어 다복한 무리를 이끌어내며 점차 큰 율동을 부려놓는다.
동도와 서도의 새들이 한데 어우러져 노래하는 쉼 없는 지저귐이 활기차다. 때로는 바위에 부리를 부비며 동지애를 확인하느라 서로의 채취를 공유한다. 슴새, 바다제비, 노랑할미새, 바다직박구리, 괭이갈매기, 녹색비둘기 등 각각 새들의 언어가 독특한 개성을 가졌음에도 더불어 잘 지낸다. 내륙에서 들리는 새들의 노랫소리처럼 친근한 그들의 지저귐은 언제 들어도 익숙한 한국어로 들려온다. 모국어로 환치되는 각종 새들의 노랫소리가 정겹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솟아오르는 동도는 언제나 희망의 손짓으로 다가온다. 주홍빛의 밝음이 사위를 물들이기 시작하면 서도도 깨어난다. 어둠이 가져다준 고독을 서로 달빛에 녹여내며 다독여온 지난한 밤이었다. 그렇기에 홍조를 머금은 햇살이 찾아들면 돌섬은 서로 간밤의 안부부터 나눈다. 여명에 솟아오른 두 개의 큰 바위는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기에 바다 역시 꿈의 환희에 젖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습자지의 여백 같았던 바다가 생의 음역을 들여 놓는다. 동도와 서도를 감도는 윤슬은 잔잔한 리듬의 교향악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역동적인 선율로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강한 힘의 상징으로 약동하는 생명의 파노라마다.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은 외로움이요 그리움이다. 외로움은 자연을 벗으로 삼아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하늘의 솜털 같은 구름이 내려다보면 햇살 한줌이 내려와 온기를 뿌려준다.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다가오는 바다의 물결이 돌섬을 감싸준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동쪽 땅 끝’이란 표지석을 끌어안은 동도의 가슴은 시리다. 오래전부터 삶의 파편들은 관조적인 미덕이 되지 못한 채 기억 저편에서 경계심을 곧추 세우게 했다. 시류에 따른 이웃 나라의 눈독이 지난한 세월의 두께를 간직하며 풍진(風塵)세월의 조각들을 잊지 않게 한다.
한반도의 푸른 혈맥을 고스란히 제 몸에 아로새긴 서도의 마음은 그리움이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백의민족의 고향 냄새를 실어 나른다. 날마다 아득한 눈길을 내륙으로 향하는 파도소리에 귀를 세운다. 그리움이 깊어지면 외로움 또한 깊어지는 법이다. 한반도의 정기가 머문 독도의 푸른 혈맥은 백두대간을 근간으로 모태의 탯줄처럼 이어져 있다.
동도의 닭 바위가 날마다 새날을 알리면 일출봉에서는 언제나처럼 해가 말갛게 솟아오른다. 그 순간 독립문 바위가 문을 활짝 열어 보이며 돌섬이 한반도의 자주국임을 알려준다. 그러면 인근의 그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일격에 방어를 하려는 듯 탱크바위가 위풍당당하게 제 자리를 고수(固守)한다. 수없이 몸을 갈고 닦은 숫돌바위와 장군바위도 폭풍을 이겨내며 엄중한 풍채를 드러낸다. 돌섬은 거센 풍랑과 눈보라에 맞선다. 서로 의존하며 지켜온 많은 바위들은 하나의 힘으로 뭉쳐졌기에 망망대해 한가운데서도 일체 흔들림도 없이 의연하기만 하다.
돌섬에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벼랑의 자그마한 풀들이 짭조름한 바다의 내음을 들이키며 거센 빗줄기를 받아낸다. 그것은 시련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의 발아이다. 수없이 세찬 폭풍이 몰려와도 조그만 생명들은 푸른 잎을 드러내며 꽃을 피운다. 척박한 환경은 어린 생명들에게 외로움과 고난을 이겨내게 하는 힘을 심어 주었다. 폭풍우를 건넌 꽃의 씨앗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피워낸다. 땅 채송화, 해국, 술 패랭이, 범행초 등이 불모지처럼 다가오는 돌섬 둘레에 삶의 터전을 일구어 놓았다. 생명의 장은 이렇게 시련과 역경의 순환 속에서 한층 더 고귀한 생명을 길러내는 법이다. 이에 보슬보슬 내리는 비는 감로수로 작은 생명들에게 삶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돌섬의 바다는 격정의 선율을 일으키다 고요함으로 일렁이기를 반복한다. 폭우에 항의하듯 풍찬 모습의 위력은 그 어떤 기세에도 물러나지 않으려는 당당함이다. 이에 누가 감히 함부로 넘볼 수 있겠는가. 잔잔함으로 다가왔다 격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돌섬은 보물 창고이다. 수면 아래의 오징어, 미역, 전복, 복어 등 각종 어물과 해산물들은 바다 속의 풍요로운 세상이다. 물고기와 해조류가 함께 공존하는 바다 속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법이 없다.
삶의 질서가 존재 하는 바다 속은 언제나 생명의 숨결로 꿈틀거린다. 또한 해저의 돌섬은 차세대 보물인 청정에너지원을 품고 있다. 깊은 수면 아래의 엄청난 가치는 인근 나라의 탐심(貪心)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거센 풍랑과도 같은 것이기에 돌섬은 자신을 지켜내고자 고군분투한다. 생명의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이곳에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한 애착심을 더욱 고취시켜나간다.
해저를 기반으로 삼은 돌섬은 하늘을 향해 당장이라도 용솟음칠 기세로 우뚝하게 서 있다. 동도와 서도의 바위들이 어깨를 겯고 손을 맞잡으며 모여 사는 곳에 역사는 함께 한다. 이사부길, 안용복의 길은 독도의 자존심이다. 곳곳에 선조들의 혼이 머물러 수호의지를 각인시켜준다. 사자후의 혼이 깃든 이사부 길과 어민의 생활터전이었던 안용복의 길은 풍진 삶의 힘겨움이 녹아든 길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수많은 세월을 건너온 굳건한 의지가 발길을 옮길 때마다 따라온다.
외따로 떨어져 자신을 지켜낸다는 것은 눈물겨운 저항이다. 언제나 시류에 얽힌 잡음은 거센 폭풍처럼 다가와 돌섬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민(韓國民)의 애정 어린 관심이 스며있는 돌섬은 그 어떤 풍파(風波)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고귀한 염원을 가진 대한(大韓)의 최동단에는 신령스런 정령이 늘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 독도!
4.청소년부 대상(산문)
할머니와 부르는 함께 아리랑
군위초등학교 4학년 박 준 우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갔다. 할머니께서는 내가 부르는 소리도 못 들으시고 계속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할머니, 무슨 노래에요?”
“홀로 아리랑, 독도 노래다.”
노래 제목이 왜 홀로 아리랑인지 궁금해서 여쭈어 보았다.
“독도는 바다 한 가운데 늘 혼자 있으니까 홀로 아리랑이지.”
할머니께서는 바람도 불고 파도도 치는데 깜깜한 밤에도 독도는 혼자만 있으니까 외로울 거라고 하셨다.
‘독도랑 나랑 똑 같네. 나도 엄마가 없어서 외로운데…….’
나는 방으로 갔다. 숙제를 하려는데 갑자기 3학년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선생님께서 교실에 들어오시더니 갑자기 우리들을 교실 구석 쪽으로 가도록 하고, 책상과 의자로 우리가 못 나오도록 경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교실 넓은 공간을 모두 선생님 땅이라고 하시면서 우기셨다. 우리는 갑자기 벌어진 일에 재미있어서 웃었다.
“선생님, 여기는 선생님 땅이 아니라 3학년 2반 교실인데요.”
선생님께서는 너희들 교실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하셨다.
“우리 교실이니까 우리 교실이죠.”
선생님께서는 그런 대답 말고 증거를 대라고 하시면서 계속 우기셨다. 우리는 우리가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우리 교실이라고도 했다. 다른 반 애들도 우리 교실인 줄 다 안다고 말했다.
“그래, 여기는 너희들 교실이 맞아. 그런데 선생님이 우기니까 답답하지?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란다. 우리 땅이 분명한데 일본은 계속 우기고 있어.”
우리들은 일본처럼 우리도 우기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모두 의논해서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정확한 증거를 말할 수 있으면 넓은 동해 바다로 나오도록 탈출시켜 주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교실 모서리 좁은 곳에서 모두 이야기를 했지만 정확한 증거를 말할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다음 시간 영어 수업 때문에 우리는 겨우 탈출했다. 선생님께서는 임시 탈출을 허락하는 대신 특명을 내리셨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정확한 증거를 가지고 오너라.”
그리고 칠판에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고 쓰셨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들의 권리다. 그런데 일본이 계속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는데도 우리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있으면 결국 독도를 빼앗길지 모른다.”
나는 숙제장을 들고 할아버지께 갔다.
“할아버지, 독도 아세요?”
할아버지께서는 갑자기 옛날 앨범에서 사진을 꺼내셨다. ‘울릉경찰서 독도경비대’라고 적힌 것이 있고, 그 앞에 할아버지께서 경찰 옷을 입고 서 계셨다.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독도에 근무를 하셨다고 했다.
독도는 우리나라 동쪽 끝에 있는 섬이고 신라시대 때부터 계속 우리 땅이었다. 그러나 1905년 일본은 우리나라를 빼앗고, 독도를 강제로 자기네 땅으로 만들고 다케시마라는 이름도 지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도둑이 남의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고 경찰관에게 잡혀서 내가 훔친 물건이니 내 것이라고 우기는 꼴과 같다.”
할아버지께서는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그리고 옛날 지도와 문서에도 우리나라 땅이라고 나와 있는데 일본은 재판을 해서 주인이 누구인지 밝히자고 하면서 계속 우긴다.
할아버지께서는 일본이 독도를 탐내는 것은 독도에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우리나라 동쪽 바다는 물고기와 자원이 풍부하고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지금 독도는 대한민국 경찰이 지키고 있다. 할아버지께서는 대한민국 땅이 아니라면 대한민국 경찰이 지킬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도에서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셨다.
내 꿈은 경찰관이다.
“할아버지, 우리 땅을 훔치려고 계속 거짓말을 하는 일본은 제가 경찰이 돼서 꼭 혼내줄게요. 독도 잘 지키고요.”
“그럼 할머니도 우리 준우 보러 독도에 가야겠구나.”
“넵!”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진짜 경찰관 아저씨처럼 경례를 했다.
“할머니도 이제 홀로 아리랑 부르지 마세요. 함께 아리랑 부르세요. 그래야 독도가 안 외롭잖아요. 독도는 제가 지키고 할머니 그 옆에서 노래를 부르시고…….”
“오냐 오냐 그렇게 하마.”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는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으셨다.